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칼럼

블로그 에피소드_소셜 미디어의 파워

블로그 에피소드_소셜 미디어의 파워

이 정도면 '곰찰'이 ....ㅋㅋ

빈센트

페라리는 2006년 6월 13일에 AOL 사용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활발하게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던 그는 우연히 AOL 고객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듣게 되었다. AOL의 강한 압박 전략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AOL의 상담원들은 고객이 계약 해지를 하지 못하도록 매우 철저하게 훈련을 받았던 것이다.


페라리는 그런 AOL[각주:1] 상담원과의 전화 내용을 녹음해 두면 재미있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대화 내용이 재미있으면 몇몇 친구들에게도 들려주면서 웃어볼 작정이었다.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녹음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AOL 상당원과의 전화 통화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오게 되었다. 페라리의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계약 해지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5분에 걸쳐 페라리를 설득하려고 했다. 페라리는 3분 정도 더 통화하면서 15차례나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상담원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상담원이 페라리의 아버지와 통화하겠다고 요구하면서 황당한 상황이 정점에 달했다. 페라리는 당시 30세나 된 성인이었는데도 상담원은 그의 아버지와 통화하겠다고 요구한 것이다. 당시 페라리는 4년 동안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었다. '잡다한 생각(Insignificant Thoughts)'이란 그의 블로그는 방문자 수가 상당히 많아서 매월 페이지뷰가 35만 건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블로그 검색엔진인 테크노라티(Technorati)에서도 3,000위권에 드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페라리는 A급 블로거로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페라리는 통화 녹음 내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주일 정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6월 20일, 페라리는 마침내 자신의 블로그에 AOL 상담원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올렸다. 'AOL이나 다른 회사와의 계약 해지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 없나요 ?' 또한 소비가가 겪은 악몽같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컨슈머리스트[각주:2](Consumerist.com)란 소비자 보호 사이트와, 이용자가 올린 재미있는 사연에 순위를 매기는 딕(digg.com)에 이메일을 보내서 자신의 녹음 파일을 알렸다.

이후 발생한 일은 AOL에게는 정말로 끔찍했다. 컨슈머리스트는 페라리의 블로그 포스트에 링크를 걸고 '우리가 올린 최고의 컨텐츠'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 시간 후에 페라리의 인터넷 서버는 녹음 파일을 다운로드하려는 요청 건수가 30만 건이 넘어서 결국 다운되고 말았다. 서버는 45분 후에 또다시 멈추었으며, 그 후 두 차례 더 다운되고 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페라리의 블로그 서버에는 평상시보다 15배나 많은 방문자가 들어왔는데, 이들 대부분은 최근 10일 이내에 새로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6월 24일이 되자 페라리의 블로그 서버 상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콘텐츠 자체가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이다. 페라리의 전화 통화 파일은 복사되어 인터넷에 떠돌았다. 토요일에는 한 친구가 페라리에게 전화해서 그의 이야기가 <뉴욕포스트>에 실렸다는 사실을 알렸다. 일요일에는 이 이야기가 토막뉴스로 <뉴욕타임즈>에도 실렸다. 그러자 페라리의 블로그 서버는 또 다운되어 버렸다.

월요일에는 CNBC에서 페라리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고, 6월 30일 목요일에는 <투데이 쇼>의 매트 로라가 페라리를 인터뷰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녹음 파일의 전체 내용이 방송되었다. 매트 로라는 그 내용을 다 듣고는 상당히 의아하다는 듯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조용 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 외에도 20~30개 언론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계속되었다. 인터뷰 요청 매체가 너무나 많아서 페라리는 일일이 기억하지도 못했다. 7월 14일에는 메이저 방송 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수천 개의 블로그와 웹사이트에서도 그의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보잉보잉(BoingBoing.net)이나 메타필터(Metafilter.com), 파크(Fark.com)와 같은 A급 블로그도 있었다. 7월 19일 컨슈머리스트는 AOL의 고객 유지 고나련 매뉴얼을 블로그에 올렸다. 89쪽짜리 이 매뉴얼에는 고객의 계약 해지 요구를 막는 방법을 보여주는 자세한 플로우차트가 소개되어 있었다. 8월 1일경에는 구글에 '빈센트 페라리'와 'AOL'을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15만 건이상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AOL은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AOL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아마 너무 열심히 회사 방침을 따르는 바람에 물의를 일으켰을) 그 상담원을 해고했지만, 그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페라리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AOL을 성토하는 성난 댓글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댓글을 올린 사람 중에는 AOL의 직원도 있었는데, 그는 '마침내 영혼을 다시 찾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 그러한 내용을 녹음해서 너무 기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AOL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회사가 얼마나 망할 짓을 하는지 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수천 건의 비슷한 댓글이 페라리의 블로그에 올라왔다.

8월 2일에 AOL은 계약 해지 고객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해당 조직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AOL의 대변인은 이러한 결정이 몇 달간의 분석에 따른 것이며 페라리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AOL의 주장은 어느 선까지는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페라리가 AOL의 사업모델을 바꾸게 한 원인은 아니더라도 그에 여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고객 불만이라는 대형 화재를 일으킨 성냥불을 댕긴것이다. AOL은 아마도 자사의 압박형 판매 전략이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만, 고객의 분노를 일으키는 수준까지 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구글에 'AOL 고객 서비스'라고 입력하고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를 보라. AOL은 문제가 있었다. 페라리는 AOL의 적은 아니었다. 단지 고객도 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 에피소드 -

# 소셜 미디어의 파괴적인 힘
AOL 사건은 '블로그 운집'현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것은 소셜 미디어의 가장 예측 불가능한 모습 가운데 하나다. AOL의 경우와 같이 블로그 운집 현상은 자주 일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규모의 폭우 정도는 블로그스피어의 한쪽 구석에서 매일 일어난다. 그리고 블로그 운집현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쇼셜 미디어를 연구하는 스탠퍼드대학 법학과 교수는 처음 10년간의 인터넷을 '읽기 전용' 인터넷이라고 불렀다. 웹사이트를 생성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웹사이트를 생성하는 것은 주로 조직체였는데, 이들은 웹사이트를 고객으로 부터 주문을 받는 수단이나 광고판 정도로 알았기 때문이다. '읽기•쓰기'용 인터넷은 몇년 전에야 출현하게 되었으며, 블로그는 개인의 목소리를 매우 개성적이고 통제 가능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쉽게 빠르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http://www.linknow.kr/bbs/50692 최우영님의 전체글 


  1. AOL LLC. (에전 명칭은 '아메리카 온라인'(America Online, Inc.))은 미국 타임 워너 산하의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및 미디어 회사이다. [본문으로]
  2. 컨슈머 리스트는 소비자 보호 사이트 이다 [본문으로]